가톨릭

라틴어 미사 복사

조태오 2018. 1. 8. 04:39

 

 

 

 천주교에서는 1969까지는 라틴어로 미사를 드렸다.

제2차 바티간공의회(1965) 결정에 따라서, 196912바오로6세미사가 도입되고 1970년 이후 각 지방 언어로 미사가 집전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까지 미사시간에 사제와 복사는 성당 앞쪽 벽에 마련된 제대를 향해 서서 미사를 진행했다.

강론시간을 제외하고는 사제와 복사는 라틴어로 기도를 했다.

 

사제와 복사의 기도소리는 앞에 앉은 교우들에게만 들리는 정도였다.

 

 신자들은 한국말로 기도를 하거나 성가를 불렀다.

 

 

 

그시절 복사를 하려면 우선 라틴어로 된 미사기도문을 외워야했다.

복사를 하려는 아이들 (대개 중학교1년 남학생) 에게 한글로 쓰여진 라틴어기도문 소책자가 하나씩 주어진다.

책자는 손바닥정도 크기이고 10페이지정도 되는걸로 기억한다.

 

한달정도 걸려 라틴어 기도문을 외운후에 숙제검사하듯이 암송검사를 마치면 복사연습에 들어간다.

 

처음엔 교실같은 장소에서 연습하다가 미사가 없을때 성당제대에서 실제같은 연습을 했다.

 

뜻도 모르는 라틴어 기도문을 열심히 외우고 연습을 거쳐 미사복사를 하는 그 기쁨이란마치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고 좋은 점수를 받은 정도의 기쁨.. 우쭐해지기도 했고..그래서 매일미사에 열심히 가기도했다.

 

 

 

그시절 제의실은 제대에서 가까운곳, 대개 제대 옆방에 위치했다.

제의를 입은 사제와 복사가 제의실에서 제대앞으로 걸어나오면 미사가 시작된다. 입당성가는 없었다.

 

 

 

사제가 라틴어로 성호경하면 복사와 교우는 한국말로 성호경하고.

 

사제: 첫번째 기도.(무슨 기도를 하는지 모른다)

 

복사: 앗데움귀래티피캇 유벤투템메암. (뜻을 전혀 모르고)

 

사제: 두번째 기도.

 

복사: 귀아투에스데우스 포르티투도메아 과레메레푸리스티 엣과레트리스티스인체도둠아프리깃 메이니미쿠스.

 

사제: 세번째 기도.

 

복사: 엣인트로이보 앗알타레데이 앗데움귀래티피캇 유벤투템메암.

 

  ...

 

  ..

 

  ..

 

복사: 곤피테오르 데오옴니포텐티, 베아태 마리애 셈페르비르지니, 베아토 미카엘리아르칸젤로, 베아토 요안니밥티스태, 상티스아포스톨리스 페트로파울로 . . . . . . 메아꿀파 메아꿀파  메아 막시마꿀파 , , , 

 

-   이건 고죄경이라는 걸 알겠다. 그시절 고죄경에 나오는 인명순서대로 나오니까.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복사는 안 했지만 50여년이 지났어도 라틴어 기도문 일부는 기억이 나고, 특히 첫 기도 앗데움귀래티피캇 유벤투템메암기도문의 뜻이 궁금했다. 로마자로 되어있으면 사전을 찾아보겠는데.. 어디 물어보기도 그렇고..

 

 

 

 

그런데 얼마전 어느 지인이 독일에서 보내왔다는 오래된 책을 주길래 받아왔다.

표지에 금속으로 된 십자가가 박혀있고, 잠금장치가 있었던 흔적이 있다.아주 고급스러운 제본이다.

 

 

집에 와서 찬찬히 살펴보니 100년도 더 지난 옛날 기도서였다.

 

 

 

 

표지 바로 안쪽에는 십자고상이 있고 십자가 앞에서 바치는 기도문이 있다.

 

 

책 제목은 KEY OF HEAVEN.

부제목 A Prayer Book for All.

미국 미조우리주 샌트 루이스에서 발행된 책이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나온 책이 독일로 건너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온 셈이다.

 

 

축일표에는 1897년부터 1915년까지 축일 날짜가 인쇄되어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1897년에 발행되었고, 120년이나 된 책이다.

 

그중엔 미사통상문도 있어 보았더니..!

 

그토록 알고 싶었던 라틴어 미사기도문이 있지않은가 !

 

왼쪽면에는 라틴어, 오른쪽면에는 영어가 실려있다.

 

 

-           앗데움귀래티피캇 유벤투템메암

 

라틴어- Ad Deum qui laetificat juventutem meam.

 

영어   - To God who rejoiceth my youth.

-         나의 젊음을 기뻐해주시는 하느님께로.

 

 

 

 

50여년만에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이다.

어릴적 복사하던 시절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rejoiceth는 3인칭단수 동사의 중세영어 철자법이다.

 

 

지난 12월부터 미사기도문중에 "또한 사제와 함께" 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로 수정되었는데,

영어 기도문엔 오래전부터  "thy sprirt 당신의 영"사제의 영 이라고 쓰여있음도 볼수있었다.

 

 

영성체 기도문중에 "제가 곧 나으리이다." 는 " my soul shall be healed.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로 되어있다.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왜 그때 신부님에게 라틴어 기도문 뜻을 물어보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외국신부님이었고 요즘처럼 가깝게 대하질 못하는 분위기였던 같다.

 

사실 그 시절엔 복사만 하면 되었고 그것으로 만족하였으며 그 뜻이 궁금하지는 않았다.그러다가 후일 철이 들면서 그 뜻이 궁금해졌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