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한라산 등반 (성판악코스)

조태오 2021. 3. 29. 20:15

 그동안 벼르던 한라산 오르는 날이다.

그런데 어제부터 황사경보가 내렸다.

3월29일. 황사가 전국을 뒤덮은 날이다.

몽고와 중국 사막지역에 가믐과 폭풍이 불어 황사가 날아오는 것인데, 11년만에 최대의 황사라고 한다.

  

황사예보 때문에 등산을 그만 둘까 하다가 저번주에 한라산탐방예약을 했으므로 할 수 없이 아침 일찍 등산길에 나섰다.

평지에 황사가 끼면 해발 1900미터 산지에는 얼마나 많이 영향을 받을까 확인도 해 볼겸..

   내 생애에 두번째 한라산 등반이다.

고등학교 여름방학때 친구랑 둘이서 갔었다.

그 사이 한라산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해발 1950미터의 한라산 백록담 표지석 

 

한라산은 국립공원지역이라 인터넷으로 미리 탐방예약을 해야 한다.

교통편은 181, 281번 버스를 타고 성판악 정류소에서 내려 서쪽으로 100미터 가면 탐방입구가 있다.

운전해서 가면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경우가 많다.

 

아침 7시5분인데 한라산 등반입구 성판악 주차장은 벌써 꽉 찼다.

 

한라산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를 아우르고 있는 국립공원이다.

 

등산객들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위험하니 등산을 삼가하고,

등산도중 힘이 들면 그자리에서 쉬고나서 다시 오르거나 하산을 하라는 것 등이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QR코드를 보내주는데, 그걸로 체크하고 나면 바로 등산길에 들어선다.

등산길은 잘 정비되어있는 구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구간도 있어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매트가 깔려있는 구간.

 

목재를 듬성듬성 놓은 구간.

 

돌 계단으로 되어있는 구간.  이 보다 더 험한 구간도 있다.

 

해발 900미터 지점.

성판악 입구가 해발 750미터이므로 정상까지는 1200미터를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다.

 

1시간20분 걸으면 해발 1090미터의 속밭대피소가 있어서 휴식을 취할 수가 있다. 화장실도 있고..

 

계속해서 해발고도가 높아진다.

 

 

세시간 걸어 해발 1490미터의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서 충분히 휴식하고 마지막 코스에 대응해야 한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본 한라산 정상 -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인다.

 

해발 1500미터가 넘으면서 주위 풍경이 달라진다.

 

 

 

아직도 눈이 안 녹은 곳들이 있다.

 

 

힘든 등산객들에게 희망을 주는 안내 지도 - 이제 한시간 남았다.

 

가까운 지역은 잘 보이나 먼 경치는 미세먼지로 뿌옇다.

 

해발 1800미터.  거의 다 온 셈이다.

 

한라산 정상이 가깝게 보인다.

 

앞서 간 탐방객들도 많다.

하긴 입구 주차장이 전부 찼으니..

 

한라산 정상쪽 

 

힘이 들지만 이 표지에 힘이 난다.

이제 마지막 5분이다.

 

잔설이 남아있는 한라산 백록담.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한라산 백록담이다.

그동안 사진과 TV에서 많이 보았지만 직접 보니 느낌이 다르다.

 

옛날에 여기 왔을때는..

여름철이어서 백록담에 풀이 많이 자랐고 소들이 방목되어 있었다.

입산 통제가 없었던 때라 백록담 호수가에서 야영을 했다.

여기저기서 죽은 나무가지를 모아 불피워 밥을 해 먹고 모닥불 피우고 놀았다.

그 때 호수 물에는 올챙이가 많이 헤엄치고 있었다.

누가 쌀을 씻으려다가 흘린 쌀알들이 물에 흩어져 있는 것도 기억이 난다.

그날 백록담구역에서 야영한 등산객은 약 10명 정도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팀이 바로 옆에서 야영하는데, 방송국에 근무한다는 나이 지긋한 분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텐트는 없어서 담요만 덮어 잤는데 추웠다.

그래도 모닥불 온기에 그럭저럭 잠들었고 다음날 하산했다.

요즘처럼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억에만 있는 장면들이다.

 

지금은 백록담 안쪽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울타리가 쳐져 있다.

 

그래도 정상엔 날씨가 좋아 백록담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이다.

황사 미세먼지로 원경은 안 보이지만 백록담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는게 좋았다.

 

아직도 눈이 남아있는 백록담.

 

배가 떠있는것 같은 바위.

 

북쪽 능선에는 거대한 공룡(?)이 엎드려 백록담 안을 노려보고 있다.

 

남쪽 능선에도 이에 맞서 도룡공룡(?)이 주시하고 있다.

 

북동쪽 능선에도 만만치 않은 녀석이 엎드려 있다.

백록담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 공룡들의 습격을 받으니 백록담 안쪽 출입을 금지시켰을까? .. ㅎ

 

백록담에 못 들어가는 대신에 이 백록담표지석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라고..

 

그런데 그 인증사진 찍으려면 이렇게 줄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인증사진 줄이 30분 전보다 두배로 길어졌다.

인증사진은 포기하고 하산했다.

미세먼지가 있긴 하지만 고지대라 좀 덜 한것 같다.

오늘 평지에는 온통 황사먼지로 근거리도 뿌연 날이라 했다.

마치 황사를 피해 등산을 갔다 온 느낌이다.

한라산 등산하기를 백번 잘 한것 같다.

 

한라산 올라가는데 4시간반, 정상에서 30분정도 머므르고, 내려오는데 네시간, 모두 9시간 소요된다.

보통 높은 산에는 날씨가 변덕이라 구름이 쫙 깔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은 날이다.

즐거운 한라산 등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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