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초 한국내 대부분의 공항은 국방부와 교통부가 같이 관리하고, 아마도 국방부 역할이 더 컸을것 같고, 제주공항만 교통부 관할로 되어있었다.
여객기가 이착륙할때는 객실 창문 브라인더를 다 내리도록했다. 공항에 있는 군시설을 비밀로 하기위해서라고. 여객기가 어느정도 고도를 유지하면 그때 창밖을 볼수있도록 브라인더를 올리게 했다. 그러나 제주공항은 예외였다. 군 시설이 없으니까.
회사일로 제주에 다녀올때의 일인데, 내가 탄 대한항공(그땐 국내 유일의 항공사) 여객기가 제주공항 활주로에 진입하려고 대기하고 있을때, 다른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그 때는 비행기 타는게 일반화되질 않아서 비행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좀 신기하게 보일 때였다. 더구나 비행기가 착륙하는걸 가까이 보는게 쉽지 않은 기회여서, 카메라를 꺼내 다른 비행기가 착륙하는 걸 찍었다. 그때 스튜디어스가 와서는 찍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고, 그래서 더 이상 안 찍고 말았다.
1970년대 제주공항 (자료:Jeju grand culture)
비행기가 이륙해서 고도를 잡았고 날씨도 맑았다. 승객좌석앞에 주머니에 대한항공 기내지 Morning Calm (홍보 월간지)이 있었는데, 뒷쪽 페이지에는 지도가 있고, 항공노선이 그려져 있다. 그 지도를 보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육지와 대조해보는 게 재미가 있어서, 지도와 지상을 번갈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한항공 기내지 Morning Calm 뒷쪽에 실리는 지도.
김포공항 도착후 짐을 찾고 나오는데, 웬 남자가 다가왔다. 자기네 사무실에 가자는 것이다. 사복경찰인것 같아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이유는 두가지, 내가 비행장 활주로를 찍었고, 지도책을 계속 봤다는것이다. 완전 간첩혐의를 받는 기분이었다.
그 시절엔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제주공항 활주로를 찍었다고, 또 기내에 비치한 홍보용 잡지의 지도를 보았다고 경찰에게 끌려간다는게, 그때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조사를 받아봐야 별 건수가 아니라서 결국은 풀려나겠지만, 끌려가는것도 챙피하고, 그리고 빨리 회사로 들어가야하는 상황이어서, 그 자리에서 해결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분증(방송국 사원증)을 보여주며, 출장차 갔다오는 길인데 단순 호기심으로 그랬다고 했다. 그 경찰은 무슨 사항을 수긍했는지 모르지만,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하며 그걸로 끝나게 해주었다.
스튜디어스가 별걸 다 보고해야하는구나 생각하며 씁쓸하게 공항을 빠져나왔다. 1만미터 상공에 뜬 여객기에서 육안으로 지상의 군사기지라도 살필수있다는 얘긴지...
1984년 일본에 출장갔을때, 히로시마에서 토쿄 하네다공항까지 전일본항공 ANA여객기를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비행기에 달린 카메라를 객실 모니터에 연결시켜 지상의 경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창가에 못 앉은 손님에세도 지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륙할때나 착륙하기위해 저공비행할때에는 지상의 세세한 모습이 다 보였다. 그때 본 일본의 모습은 도시근교는 물론 산이나 들도 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고 가꾸어졌다는 느낌이었다.
이 때 너무나 대조적인 제주공항에서 촬영사건이 문득 떠올랐다. 남-북이 준 전시상태인 한국과, 바다가 둘러싸여 자연 국경을 이루어 국방상 비교적 안전한 일본을 직접 비교할수는 없지만, 현격한 차이를 인정할수밖에 없는 현실을 실감했다.
공항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수있는 요즘, 지금 세대는 얼마나 자유스러운 시대에 살고있는가 !
너무 자유가 많아서 방종에 가까운 행동하는 젊은이들을 볼때, 도덕교육 역사교육이 모자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령신우학원 (0) | 2017.07.23 |
---|---|
육영수 여사 웃었다. (0) | 2012.12.20 |
페인트 봉사 in Mexico (0) | 2012.04.05 |
영어교사도 몰랐던 발렌타인 데이 (0) | 2012.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