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멕시코 티화나 인근 성당에 페인트 봉사하러 다녀온 적이 있다. 성당에서 하루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길래 토요일이고 해서 지원했다.
거리가 멀어서 아침일찍 출발해야했는데, 아침 여섯시에 약소장소에 모이니 일행이 12명이 되었고 남자 7명, 여자 5명이다. 승용차 두 대와 밴 한 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두시간을 달린후 아침을 먹기위하여 샌디에고 인근 한 몰에서 만나, 패스트푸드로 아침을 먹고 다시 이동했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니 멕시코인데, 6차선도로가 그대로 멕시코로 이어졌다.
MEXICO라고 써있는 게이트를 논스톱으로 차가 통과하면서 국경을 통과했고, 아무런 검사도 없었다.
티화나 시가지를 벗어나고 조금 더 가다가 좌회전하면서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었다. 집들이 드믄드믄 있고, 먼지가 나는 도로를 30분정도 가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거의 열시가 되었다.
조금 높은 대지에 성당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고, 다른 부속건물 같은건 없으며, 성당앞 흙마당에 아이들이 놀고있다. 내가 어렸을때 한국에서 본 공소성당 모습과 비슷했다. 성당건물이 꽤 오래되어 내부가 색이 좀 바랫는데, 내부에 페인트를 칠하는게 오늘 작업내용이다. 필요한 자재는 밴에 실어갔다.
낮은 곳엔 서서 칠하고, 높은 부분엔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칠하는데, 여자봉사자들도 페인트칠을 잘한다. 나는 여자들도 잘하는데, 내가 못하면 되랴 싶어서 높은 곳이랑 열심히 칠했다. 페인드 해본 일을 없지만 눈치껏 열심히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고 잘한다고 하는데, 립서비스인것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날 간 봉사자들은 거의 다 페인트를 주업으로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여자들도 잘할수밖에...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여자들만큼도 못하면 안 될것 같아 열심히 했던 것이다. 결국 나만 초보자였던 셈이다.
현지 성당 교우 몇사람이 지켜보거나 거들기도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스페인어로 현지 교우들과 의사소통을 했다.
점시시간이 되자 여자들은 식사준비를 하는데, 전기밥솥에 쌀을 넣어 미리 전기를 연결해두어서 따뜻한 밥이 나왔고, 준비한 밑반찬으로 현지교우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성당 건물 외에는 전혀 다른 시설이 없으니 화장실도 없는 것이다, 할수없이 마을로 내려가 개인집으로 갔는데, 다행히 화장실들이 집 밖에 있어서 덜 미안하게 이용했다.
다음에는 화장실만드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일행중엔 멕시코에 낚시를 다니거나 하면서 여기 사정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멕시코 사람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돈을 벌어오는것을 큰 희망처럼 여긴다고 했다. 멕시코사람들은, 미국은 천국이고 멕시코는 지옥이라는 농담까지 한다고.
작업을 끝내고 오후에 돌아오는길은 좀 지루했다. 멕시코로 갈때는 무정차 통과했는데, 미국으로 들어갈때는 입국 검사를 하니까,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검사 통과하는 게이트가 20개쯤 되는데, 그래도 보통 한시간 내지 두시간 걸린다는 것이다.
그날은 주말이어서 더 지체가 되었다. 차들이 마냥 서 있어서, 그 사이에 멕시칸 장사꾼들은 기념품이나 빠나나 같은걸 들고와서 사라고했다.
입국 검사관들은, 백인들만 탄 깨끗한 승용차는 그대로 통과시키고, 멕시칸이나 아시안들이 타고있으면, 여권 확인은 물론이고 트렁크를 열어보고 거울로 차 밑까지 확인했다. 좀 의심이 가면 특별조사구역으로 가게해서 정밀 심사를 받게한다. 거기서 또 두시간 이상 지체할경우가 많다. 가끔은 멕시코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찔끔찔끔 전진하기를 두시간 남짓, 드디어 우리가 탄 차도 게이트까지 도착해서 검사받고 통과했다.
멕시칸들의 농담 표현을 빌리면, 멕시코(지옥)로 갈때는 아무나 무사 통과지만, 미국(천국)으로 갈때는 잘 준비한 사람만 통과한다는 말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지옥갈때는 무사통과지만, 천국을 가려면 준비를 잘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얻은 제일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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