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그랬다면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국민 의식수준이 높아져 사회가 더 발전되고, 국력이 커져서, 결국 일제시대를 거치지 않고 현대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조선시대 조정을 나무랄지 모르지만, 해방후에도 상당기간 법률공포나 신문에 한자를 섞어 사용함으로써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
내가 중학교3학년때, 도덕시간에 교장선생님이 들어와서, “반장, 일어서서 이거 읽어봐.” 하면서 일간신문을 주었다. 우등생이었던 반장은 한자가 어려워 못 읽었다. 그시간에 한참동안 교장선생님의 따가운 훈시를 들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부분의 일간신문이 한자를 섞어 신문을 찍어내다가, 한글날만 되면 모든 신문이 다 한글로 찍혀나오곤 했다. 그래서 신문을 보다가 어느날 한글로만 된 지면을 보면 “아하, 한글날이구먼.” 하면서 신문을 읽었다.
그러다가 1985년 ‘스포츠서울’이 한글 가로짜기로 발행했는데, 스포츠신문이란 특성때문에 내용이 스포츠 연예 오락 만화 등으로 젊은 층에만 읽혀졌고, 여론 주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후 1988년 ‘한겨레신문’이 나오면서 한글로만 된 종합일간신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신문내용에 혼란도 없었고, 별 불편없이 읽혔다.
우리집 큰 애가 영등포 당산중학교 다닐때, 반 친구와 대화중에…
* (큰애) 그거 어제 신문에서 봤는데..
- (친구) 너 집에서 신문도 읽니?
* 응, 읽어.
- 정말? 너 (한자섞인)신문 읽을수 있니?
* 그래. 나 매일 (한겨레)신문 읽고있어.
- 야. 너 대단하구나, (한자섞인) 신문을 다 읽고..
*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신문에 보면 재미있는 기사도 있어.
한 나라의 문맹률을 정하는데, 문맹자의 반대말인 문해자의 기준으로 그 나라의 일간신문을 읽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같은 중학생인데 구독신문에 따라 문맹자도 되고 문해자도 된다는 말이다.
1994년부터 중앙일보가 한글로 나오게되었다. 신문읽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독자층도 다양해졌다.
우리나라의 문맹률(?)도 한번 더 쑥 내려갔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 가서 다른 신문들도 한글화에 동참, 신문의 한글화를 완성해갔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미주한국일보나 미주중앙일보는 1970년대부터 한글 가로짜기신문을 발행했다는 걸 인정해야 할것이다.
신문들이 한글화에 인색하고 한자혼용을 고집했던 이유는, 신문사 사주나 간부들의 권위의식 때문이라는게 신문사내 직원들이 보는 시각이었다.
각 신문사들의 전면 한글화의 사유를 짐작컨데,
미주 한국일보,중앙일보- 1970년대- 구독 대상인 동포들이 한자 학습보다는 영어 학습에 더 관심.
스포츠 서울 - 1985년 - 구독 대상이 젊은 세대이므로. 당시 한글세대는 45세까지였다.
한겨레신문 - 1988년 - 전 국민의 폭 넓은 구독 + 개혁성. 당시 한글세대는 48세까지.
중앙일보 - 1894년 - 한글세대 폭 넓어짐 + 현대화. 당시 한글세대는 54세까지.
다른 신문들 - 1990년대 후반 - 한글세대가 국민 대부분으로 확대되어, 독자로부터 외면받아가는 상태이므로, 수동적으로, 자구책으로 한글화를 한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정보얻는 수단으로 인터넷 비중이 크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의 여론 주도력은 굉장한 것이었다. 라디오나 TV로 뉴스를 접하고, 신문으로 더 자세하게 확인하고 싶어했던 시절이라, 일찍부터 신문이 한글화 되었더라면, 더 빠른 사회발전이 이루어졌을것이다.
요즘 거의 모든 신문이 한글 가로짜기로 발행하고있지만 이에 대해 불평은 별로 없는것 같다.
제565돌 한글날을 맞이해서 우리 한글의 위상이 옛날에 비해 대단히 높아졌음을 실감할수있고,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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